짧은 창작동화 : 바우와 바람과 우정

푸른 언덕이 펼쳐진 작은 농장에는 '바우'라는 소가 살고 있었습니다. 바우는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풀을 뜯으며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했지만, 가끔씩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세상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나는 평생 이곳에서만 살아야 하는 걸까?"

바우는 바깥세상이 궁금했지만, 농장을 떠날 용기가 없었습니다. 넓은 들판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그런 바우를 보고 말했습니다.

"소는 원래 한곳에 머물러 사는 거야."
"너는 이곳이 제일 잘 어울려."

바우는 그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더니 바우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안녕! 난 휘리야!"

깜짝 놀란 바우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부드러운 바람이 바우의 귀를 스치며 다시 말했습니다.

"여기야, 네 곁에서 부는 바람!"

바람 요정 '휘리'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존재였습니다. 높은 산봉우리도 넘고, 바다 위를 지나고, 깊은 숲속에도 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바우는 휘리에게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고, 휘리는 기꺼이 자신이 본 곳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 멀리에는 끝없이 넓은 바다가 있어. 물이 반짝이고, 커다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지!"
"숲속에는 키가 하늘까지 닿을 듯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그 아래에는 귀여운 다람쥐들이 뛰어다니고, 신비한 꽃들도 피어 있지."

바우는 휘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자신이 그곳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속 깊이 설렘이 차올랐습니다.

"나도 언젠가 가볼 수 있을까?"

바우가 조심스레 묻자 휘리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꼭 직접 가지 않아도 돼. 내가 네게 바람을 타고 온 세상의 소식을 들려줄게!"

그날 이후, 바우와 휘리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휘리는 어김없이 바우를 찾아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바우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세상을 꿈꿨습니다.

비록 바우는 농장을 떠날 수 없었지만, 휘리 덕분에 마음만은 넓은 세상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습니다.

"꼭 멀리 떠나야만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소중한 친구가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어."

그 후로도 바우와 휘리는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며 함께 세상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바우가 들판에서 바람에 귀를 기울일 때마다, 휘리는 언제나 그의 곁에서 속삭였습니다.

"나는 언제나 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