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창작동화 : 할아버지의 스노우볼

따뜻한 난로가 있는 거실, 창밖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고 있었어요. 손자 지우는 할아버지의 책장 위에서 작은 스노우볼을 발견했다. 스노우볼 속에는 귀여운 눈사람 하나가 서 있었어요.

"할아버지, 이 눈사람은 누구예요?"
지우가 물었어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스노우볼을 흔들었어요. 눈송이들이 사르르 흩날리자, 할아버지는 조용히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어요.

"이 눈사람은 아주 오래전, 내가 너만 할 때쯤 만든 친구란다."

어릴 적, 할아버지는 겨울이 되면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해 겨울, 특별한 눈사람이 만들어졌어요. 하얀 눈덩이로 만든 눈사람에 빨간 목도리를 둘러주었을 때, 눈사람이 깜빡 눈을 뜨며 말했어요.

"안녕? 난 밥이야! 친구가 되어 줄래?"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지만, 곧 밥이와 함께 눈밭을 뛰어다니고, 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밥이는 겨울이 끝날 때까지만 함께할 수 있는 마법의 눈사람이었어요.

"그럼 봄이 오면 밥이는 어떻게 돼요?"
지우가 조심스럽게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어요.

할아버지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어요.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자, 밥이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밥이를 얼음 창고에 숨기려 했지만, 밥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눈사람은 사라지는 게 무서운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한 시간과 기억이야."

그 말에 할아버지는 울컥했어요. 밥이와 마지막으로 눈밭을 굴러다니며 웃고, 손을 꼭 잡고 눈꽃이 떨어지는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봄이 오던 날, 밥이는 조용히 녹아 사라졌어요.

하지만 밥이는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었어요. 눈이 녹아 흘러내리던 자리에 작은 눈꽃이 피어나는 거예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때 깨달았어요.

"사라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 소중한 추억은 마음속에 영원히 남는다는 것."

지우는 스노우볼을 꼭 끌어안았어요.
"그럼 이 눈사람이 밥이예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내가 밥이를 잊지 않도록 스노우볼 속에 담아두었단다. 그래서 언제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수 있지."

지우는 살며시 스노우볼을 흔들었어요. 반짝이는 눈송이가 흩날리며, 마치 밥이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 같았어요.

"친구는 떠나도, 함께한 추억은 사라지지 않아."

그날 밤, 지우는 밥이처럼 예쁜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속삭였어요.

"밥이야, 나도 너처럼 멋진 친구가 될게!"

눈송이가 조용히 흩날리며, 밥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어요.
"언제까지나 네 곁에서 함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