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창작동화 : 산토끼와 달빛시계 3

🌸 2화 요약 - 잃어버린 봄날 – 초롱이와의 재회

루루는 달빛 시계를 통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돼요. 그곳에서 오래전 친구였던 다람쥐 초롱이를 다시 만나죠. 잊고 지냈던 봄날의 기억 속에서, 루루는 자신이 초롱이와 나눈 따뜻한 우정과 중요한 약속을 떠올리게 됩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초롱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루루의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감정을 깨워줘요. 다시 현재로 돌아온 루루는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 시절의 진심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의 여정을 준비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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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끼와 달빛 시계

3화. 시간을 지키는 너구리 – 달빛 시계의 비밀 

눈을 뜬 루루는 다시 어두운 언덕 위에 서 있었어요.
초롱이와의 짧은 재회는 마치 꿈처럼 느껴졌지만,
손에 꼭 쥔 작은 꽃 목걸이는 그 순간이 분명히 진짜였다는 증거였지요.

“초롱이...”

루루는 조용히 그 이름을 불러 보았어요.
아직도 따뜻한 봄바람과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했어요.
그런데 그때, 시계탑 근처에서 달각달각 하는 낯선 소리가 들렸어요.
수풀 너머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죠.

“거기, 달빛 시계를 건드린 건… 너구나?”

루루가 고개를 돌리자,
둥근 안경을 낀 너구리 한 마리가 망토 자락을 휘날리며 나타났어요.
그 망토에는 시계 바늘, 숫자판, 톱니바퀴 같은 부품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죠.

“너… 누구야?”

“나는 치쿠, 시간을 지키는 너구리야.
달빛 시계의 수호자이자, 이 숲에서 제일 오래된 시계 장인이지.”

루루는 멍하니 치쿠를 바라보았어요.
치쿠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회중시계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어요.

“달빛 시계는 아무나 만질 수 없어.
하지만 네가 반응했다면… 그건 네 마음 속에 아주 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

“그게… 초롱이 때문이에요.
어릴 적 친구였는데… 잊고 지냈어요.
그런데 다시 만나고 나니까, 꼭 뭔가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치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모래시계를 꺼냈어요.
그 안의 은빛 모래가 반짝이며 조용히 흘러내렸지요.

“시간은 모래처럼 흘러.
쥐려고 꽉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가버리지.
하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마음에 담으면, 영원히 기억 속에 머물 수 있지.”

루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이 시계는, 기억을 찾아주는 건가요?”

“단순히 기억만은 아니야.
달빛 시계는 ‘마음이 멈춰 있는 시간’을 찾아주는 시계지.”

치쿠는 루루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어요.

“네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리움’,
그리고 아직 끝맺지 못한 ‘약속’들이 너를 움직이게 한 거야.
그 기억이 지금의 널 이끌고 있는 거지.”

루루는 자신의 가슴을 꾹 쥐며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초롱이와의 약속… 난 아직 지키지 못했어요.”

치쿠는 망토 속에서 반짝이는 동그란 톱니 하나를 꺼내 루루에게 건넸어요.
그 톱니엔 작은 달 모양이 새겨져 있었죠.

“이건 다음 여행을 위한 열쇠야.
달빛 시계는 단 한 번에 하나의 시간으로만 너를 데려가.
그리고… 기억해.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의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배울 수 있어.
그게 진짜 시간 여행이지.”

루루는 떨리는 손으로 톱니를 받아들며 조용히 말했어요.

“그럼… 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치쿠는 달빛 시계를 살며시 두드리며 미소 지었어요.

“네 마음이 제일 궁금해했던,
그리고 가장 아팠던 기억 속으로 갈 거야.
다음 여행지는… 약속이 끊긴 그날의 모래시계 언덕이야.”

그 순간, 달빛 시계가 다시 딸깍! 하고 울렸고
푸르스름한 빛이 루루를 감싸 안기 시작했어요.

“치쿠 씨! 혹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치쿠는 회중시계를 툭툭 치며 웃었어요.

“물론이지. 시간은 돌고 도는 법이니까.
다만, 네가 진짜 ‘시간의 가치를’ 깨달을 때까지 말이야.”

루루는 눈을 감고, 빛 속으로 조용히 몸을 맡겼어요.
그리고 바람결에 들려온 치쿠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를 울렸어요.

“루루, 시간은 기억이 아니라… 마음이야.
그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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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멈추지 않지만, 마음은 잠시 멈춰 기다려 줄 수도 있어요.
다음 이야기: 4화. 모래시계 언덕 – 깃털 편지를 전해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