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창작동화 : 수줍은 오이의 용기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작은 농장, 그곳에는 다양한 채소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어요. 새빨간 토마토, 단단한 당근, 그리고 길쭉한 오이까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수줍음이 많은 채소는 바로 오이였어요.

오이는 잎사귀 뒤에 꼭꼭 숨어 다른 채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나는 초록색도 너무 연하고, 모양도 멀쭉해서 눈에 띄는 게 싫어.” 오이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지냈어요.

어느 날, 하늘이 잔뜩 흐려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비는 점점 거세졌고, 작은 농장은 금세 물바다가 되었어요. 토마토와 당근 친구들은 떠내려갈까 봐 겁에 질려 있었어요.

“누가 도와줘! 물이 너무 많아!”
“흙이 무너지고 있어!”

친구들은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아무도 어쩔 줄 몰랐어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수줍은 오이가 용기를 내어 몸을 길게 뻗으며 말했어요. “내 몸은 동그랗고 가벼워. 친구들을 태우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도 몰라!”

오이는 몸을 배처럼 만들어 토마토와 당근을 조심스럽게 태웠어요. 빗물에 떠밀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움직였어요. 토마토와 당근은 오이 덕분에 무사히 단단한 땅 위로 올라올 수 있었어요.

비가 그친 후, 친구들은 오이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오이야, 너 정말 멋져! 우리를 구해줬어!”
“이제 잎 뒤에 숨어 있지 않아도 돼. 너는 정말 용감한 친구야!”

오이는 얼굴이 빨개질 만큼 부끄러웠지만,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어요. ‘나는 나대로 소중한 존재였어!’ 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그 후로 오이는 더 이상 잎사귀 뒤에 숨어 있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함께 햇볕을 즐기고, 바람에 흔들리며 즐겁게 지냈어요. 수줍었던 오이는 이제 누구보다도 빛나는 오이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