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창작동화 : 산토끼와 달빛시계 4

📘 3화 요약 – 시간을 지키는 너구리, 달빛 시계의 비밀

루루는 초롱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 중, 시간의 마을에 도착하게 돼요.그곳에서 만난 너구리 시계지기 '치쿠'는 마을의 시간들이 엉키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바로,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과 잊힌 약속이 시간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던 것이죠.
치쿠는 루루에게 달빛 시계의 비밀을 알려주며,진정한 시간은 시계의 숫자가 아닌 마음의 흐름으로 움직인다고 말해줘요.루루는 치쿠와 함께 멈춰버린 종이 시계를 고치며,자신이 초롱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순간을 떠올리게 되고,그 마음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 더 깊은 시간 여행을 결심해요.

“시간은 기억이 아니라...마음이야”
– 시계지기 치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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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끼와 달빛 시계

4화. 모래시계 언덕 – 깃털 편지를 전해준 바람 

루루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고요하고 따뜻했어요.
그녀는 황금빛과 분홍빛이 뒤섞인 부드러운 언덕 위에 서 있었어요.
하늘은 연분홍빛으로 물들고, 공기는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였죠.
모래알 하나하나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며, 마치 별빛이 언덕 위에 흩뿌려진 것 같았어요.

언덕 꼭대기에는 거대한 모래시계가 우뚝 서 있었어요.
그 시계는 보통 시계와 달리, 한쪽은 과거를, 다른 한쪽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담고 있는 듯했죠.
루루는 시계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여긴… 시간의 중간에 있는 곳인가 봐.”

그때였어요.
바람이 루루의 옷자락을 살짝 끌며 말을 걸어왔어요.
“루루, 네가 전하지 못한 마음, 여기에 머무르고 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너의 진심을 보내보렴.”

루루는 조심스럽게 언덕을 따라 걸었어요.
바람이 그녀를 어디론가 부드럽게 이끌었죠.
그리고 언덕 한편에 떨어진 하얀 깃털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 깃털에는 놀랍게도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어요.

"루루야,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는 늘, 나의 소중한 친구였어."
– 초롱이

눈물이 살짝 고였어요.
“초롱이… 이건 네가 바람에 실어 보낸 거구나…”

루루는 자신이 예전 초롱이에게 전하려다 쓰다 만 편지를 떠올렸어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날의 봄.
그 말들은 결국 종이에 다 담기지 못한 채, 마음속에만 머물러 있었죠.

바람은 루루의 귀에 다시 속삭였어요.
“진심은 꼭 말로 전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담긴 편지는, 이렇게 바람을 타고 흘러가거든.”

루루는 그 자리에서 작은 깃털 하나를 다시 집어 들었어요.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가슴 깊은 곳의 말을 담아 속삭였어요.

“초롱이야. 나, 미안했어.
그날 너무 겁이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하지만 너는 정말 소중한 친구야.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아.”

그 순간, 깃털 끝에 루루의 말이 희미하게 새겨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법처럼 깃털은 손에서 살짝 떠오르더니, 하늘을 향해 천천히 날아올랐죠.
바람이 살며시 불어 깃털을 감싸 안으며 언덕 너머로 데려갔어요.

루루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어요.
“이제야, 진심을 전할 수 있었어.”

그 뒤로, 모래시계는 살짝 기울어져 미래의 시간으로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어요.
바람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말을 남겼죠.

“너의 시간은 멈춰 있던 게 아니야.
그저, 마음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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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어요.
그 말들이 모여, 우리의 시간을 조금씩 앞으로 이끌죠.
다음 이야기: 5화. 기억의 정원 – 사라진 약속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