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 12일, 그날의 재현 – 영화 '서울의 봄' 리뷰

영화 '서울의 봄' 리뷰: 1979년, 역사의 소용돌이에 뛰어든 자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던 1979년 12월 12일, 그날을 생생하게 되살린 영화 서울의 봄이 2023년 개봉했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한국 정치사를 영화화한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봄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권력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한 선택은 정당한가?’ 이 영화는 단순한 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한 편의 스릴러이자 전쟁 영화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1. 줄거리: 12.12 사태의 한복판으로

영화는 1979년 10.26 사건, 박정희 대통령의 피격으로 시작된다. 이후 권력을 승계한 최규하 대통령(김홍파 분)과 계엄사령관 정승화(김성균 분)가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모색하는 가운데, 전두환(황정민 분)은 육군 보안사령관 직을 이용해 실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영화의 중심 인물은 12.12 군사반란의 핵심 세력인 전두환과, 그를 저지하려는 정승화 계엄사령관이다. 하지만 이 싸움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다. 당시 정치적 격변 속에서 군 내부의 갈등, 우유부단한 정부, 그리고 상황을 주도하려는 전두환의 치밀한 전략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영화는 시간 단위로 진행되며, 12월 12일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을 긴박감 넘치는 연출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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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사적 고증과 사실 여부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 각색이 가미되었다. 12.12 군사반란 당시 실제로 벌어진 군부 내의 대립과 긴장감은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특히, 영화에서 전두환이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강제로 연행하는 장면은 실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전두환과 그의 신군부 세력은 육군 보안사령부를 동원해 정승화를 체포했고, 이는 군 내부에서도 논란이 컸다. 또한, 서울 시내에 탱크와 군 병력이 진입하는 장면 역시 기록된 역사적 사실이다. 실제로 수도권 주요 도로와 청와대 인근까지 탱크와 장갑차가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다만, 영화적 긴장감을 위해 몇 가지 요소가 극적으로 연출된 부분도 있다. 일부 인물의 대사나 군 내부 회의 장면에서의 갈등은 기록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했지만, 세부적인 대화 내용까지 그대로 재현된 것은 아니다. 또한, 당시 군 내부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영화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선악 구도로 정리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봄은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역사적 고증을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12.12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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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우들의 열연: 황정민 vs 정우성, 극과 극의 카리스마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먼저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환은, 기존의 역사적 평가를 떠나 한 인물의 철저한 욕망과 냉정한 계산을 보여준다. 황정민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과 무게감 있는 연기는, ‘이 사람이 정말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것 같다’는 설득력을 부여한다. 특히 그가 명령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마치 한 마리의 맹수처럼 상대를 압도한다.

반면, 정우성이 연기한 정승화는 강직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한계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으려는 전두환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현실 정치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점점 밀려난다. 정우성은 이 역할을 맡아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특히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조연들의 연기도 빛난다. 김성균이 연기한 정승화는 강단 있는 군인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이성민이 맡은 최규하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 갈등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당시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조명한다.

4. 영화가 던지는 질문: 역사는 반복되는가?

이 영화는 단순히 12.12 사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두환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한 현실 정치가로 그려진다. 이는 곧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또한, 영화는 ‘권력의 정당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정승화는 합법적인 권력을 지키려 하지만, 전두환처럼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맞설 방법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법과 원칙만으로 권력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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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2023년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서울의 봄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지금도 여전히 권력과 정의, 그리고 역사적 책임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한국 사회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역사를 잊지 않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교훈을 넘어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순간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서울의 봄.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되새기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극장을 나선 후에도 긴 여운이 남는 영화, 그것이 서울의 봄이 가진 힘이다.